무대는 현대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정치적 대립이 심각하고, 정계와 마피아의 유착이 고착화 되어버린, 그리하여 정치테러 및 요인암살이 빈번한 사회.

이탈리아 정부는 극비 첩보기관을 신설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장애아동에 대한 양육과 사회적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한 장애아동들을 모아다가 약물로 세뇌시키고, 카본파이버 인공근육과 세라믹 인공골격을 이식하여 (여기에선 근미래적 설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살인병기로 양성합니다.

이렇게 개조인간이 된 어린 여자애들이 총을 들고 테러리스트, 반체제 인사들을 암살 및 살해하는 것이 건 슬링거 걸의 내용입니다.

이 드라마의 설정은 과연 정당한 걸까요. 국가에서 장애아동을 데려다가 신체개조 및 약물세뇌를 시켜서 국가권력의 소모품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국가에서 권력의 이름으로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지금도 비일비재하죠)

작가도 스스로 그 무리한 설정의 한계를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건 프릭 + 페도필리아 라는 극히 오타쿠적인 취향 두가지의 조합입니다. 뭐 이런 오타쿠적인 만화라면 이전에도 있었죠. 건 프릭 + 모터헤드 적인 코드가 있었던 소노다 켄이치 작가의 '건 스미스 캣츠' 가 존재했습니다만, 적어도 바운티 헌터와 범죄자의 대립이라는 구도에서 볼때 독자들이 윤리적인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성년자를 국가가 소모품으로 이용한다는 이 설정은 상당히 뒷맛이 씁쓸한 것이고, 그런 배경설정을 배제하고 순수히 극의 완성도를 따져본다면 어느정도 합격점을 내릴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만, 문제는 그 드라마적인 측면도 결국 페도필리아 + 건 프릭 이라는 2대 코드의 외면성에 묻혀버리지 않나 생각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작가도 이 무리한 설정에 어느정도 스스로 회의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그리하여 6권 이후로는 주연을 교체하고, 조금 더 성년에 가까운 연령과 무리가 적은 설정을 가지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포커스도 단순 살인이나 더러운 정치극 보다는 남녀간의 연애감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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