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호 2.0 - 쾌도난담
이거 참 통탄할 일이다. 방금 전에 비단 파시는 어떤 아저씨께서 '노랑님 말투 졸래 싸가지 없어요. 이름 만큼이나 싹수가 노랗네요. 내 손에 숨질래요?' 라며 더블제타의 하이메가포로 본 필자를 협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본 필자는 비단 파시는 아저씨를 잠시 후에 연병장 화장실 뒤편으로 끌고 갈 생각이다.
각설하고.......
이 책.... 늑대와 향신료.
이 책은 평범함 속에서 특이함을 추구하는 판타지소설이다. 이 책의 배경은 일단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세계다. 교회가 사람들의 정신적 헤게모니와 토지 및 경제력을 쥐고 있고, 각 지방의 영주들은 기사들을 거느려 마을의 치안을 다스린다. 평민들은 기사들에게 존댓말 쓰며 굽신굽신 조공을 바친다. 뭐야 이거 너무 평범하잖아... 라고 생각되지만, 일단 이 소설은 평범함 속에서 특이함을 추구한다는 저 앞줄의 발언을 신경써주시길.
주인공은 기사도 마법사도 그렇다고 해서 괴물 초장이도 아니다. 이세계에서 소환마로 사역된 고딩은 물론 아니다. 나이 먹을대로 다 먹은 20대 꺾인 턱수염 장돌뱅이 행상 아저씨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태고시절부터의 지혜를 가지고 살아온 거대한 암늑대 -거의 반신(데미갓) 정도는 되는 듯- 이다.
보통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이라 하면 이 시점에서 주인공 행상인은 '거대늑대의 힘!' 으로 졸라 짱 쎄지겠지만, 아쉽게도 늑대와 향신료는 양판소가 아닙니다요. 이 언밸런스한 커플들이 하는 짓은 말 그대로 상인이다. 매점매석, 환율조작, 혼인빙자 사기, 허위 및 과대광고 등.... 중세 판타지 세계에서 현대의 천민자본주의자들이 하는 온갖 사악한 돈벌이 테크닉들을 그대로 펼쳐보이는 기막힌 악덕 커플들이다. 오호 통재라, 그런데 그게 참 재밌다.
화려한 액션은 없다. 다만 기막힌 말빨을 자랑하는 여주인공과, 그런 여주인공에게 적당히 휘둘려주면서 적당히 감싸안고 다독이는 진득한 사내가 있다. 그리고 이들은 철저히 돈벌이에 능하다. 판타지 세계의 헤게모니를 지배하는 것은 검과 마법 뿐만 아니라 돈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볼때, 이들은 정말 강하다 -_-;
인기가 감지되자 마자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에 의해서 코미컬라이즈, 애니메이션화 가 한참 진행중인 이 소설은, 일본식 원 소스 멀티유즈의 진상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것이다.
모작가의 배틀쉽걸에서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로의 진화급이랄까요..